감상문/FILM

라라랜드(LA LA LAND, 2016) | 내게도 또 다른 세상이 변주되면 좋겠다

Attic.Dawn 2017. 1. 15.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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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 이야기가 너무 하고 싶어서,

블로그까지 만들다니..

어디서라도 라라랜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저질러는 놓았는데 잘 할 수 있을지...

과연 누군가 읽어줄만한 글인지는 모르겠네요.


전 스포일러와 스포일러가 아닌 것의 경계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타입입니다.

그러므로, 항상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단 것을 염두에 두고 읽어주세요!



"라라랜드 봤어?" 라고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아니, 그거 재밌다던데. 무슨 내용이야?" 라고 물어옵니다.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라라랜드라는 영화를 어떻게 설명해야하지..?


오디션에 번번히 떨어지는

미아라는 한 배우와

재즈의 전통을 지키겠다고 말하지만, 

연주할 수 있는 변변한 무대도 없는 

세바스찬이라는 한 피아니스트가

(blah blah)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기엔

이 영화의 정서와 음악과 멋진 촬영이

뻔한 드라마 장르의 영화가 되어버리는 기분이 들어요.


(스틸컷은 영화 흐름 순서로 첨부하진 않았어요)


아무튼 영화는 방금 말씀드린데로

미아와 세바스찬(이후 셉)이라는 두 인물이

혹은 이 두 사람 뿐만 아니라 이 둘을 둘러싼 조연들과 앙상블들까지

Los Angeles라는 빛나는 도시에서

꿈을 꾸고

사랑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시간들과 모습들을 담은 영화입니다.



영화의 오프닝 넘버 스틸인데요,

<Another Day Of Sun> 이라는 곡입니다.


영화에서 배경인 LA는

라라랜드, 반짝이는 꿈의 도시로 여겨져요.

LA로 들어가는 꽉 막힌 고속도로 위에서

짜증나는 표정 하나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기대에 찬 노래를 부르는 이 장면은

미아와 셉을 만나기 전인

저에게도 굉장히 두근거리는 노래였어요.


영화의 주인공인 미아와 셉 이외에도

수많은 라라랜드를 꿈꾸고 기대하고 사는 사람들이 있겠지요.

그래서 엄청난 경쟁과 도태에 빠질지 모르는,

저 꽉 막힌 도로 같을 LA로 가는 길목에서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즐겁게 노래할

그 사람들에게, 이 영화의 앙상블들에게

선물해주는 넘버였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미아와 셉의 만남들은

무례함의 반복이예요.


경적을 울리는 성질머리 급한 셉과

그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드는 미아.

둘이 기억하지 못하는

오프닝 넘버의 마지막 부근의

이 첫 만남부터


셉의 피아노 연주에 이끌려 들어온

미아의 어깨를 부딪히며 나가는 셉.

그리고 파티장에서 함께 나와

차를 찾으러 걸어가는 둘의 대화까지.

사실은 서로 참 무례했지만, 독특하기도 했어요.


스스로의 연주에 대한 자부심은 있지만

변변한 연주 무대 하나 없는 셉의 자격지심은

배우라고 소개받은 미아에 대한 편견으로

날카로워지고

미아 역시 마찬가지지요.


서로의 자존심과 자격지심이 부딪히며

아름다운 야경과 부드러운 멜로디를

사실은 초라한 자신을 감추기 위한 것일 뿐인

무례한 말들로 덮어내고 있었어요.


재즈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미아에게

셉은 재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어느 작고 저렴한 여관방,

각 국의 사람들이 모여 말도 통하지 않는데

서로 악기를 들고 대화하던 것이

재즈의 시작이라고요.


여기서 연주되는 <Herman's Habit> 이라는 곡도

참 좋았어요.

악기가 서로 싸우기도 하고 화해도 해가면서

치열한 재즈 한 곡을 만들어낸다고 해요.


저는 재즈를 잘 모르지만,

영화 전체에 흐르고 있는 재즈라는 장르를

<위플래쉬>와 <가이 앤 매들린 온 어 파크 벤치>의 음악감독이기도 한

저스틴 허위츠가 현대식으로 잘 풀어내주어

듣기 어렵지고 않고

또 호감을 가질 수도 있었던 것 같아요.


무튼 이 곡을 기점으로

둘의 멜로가 본격적으로 시작해요.

하지만 연애세포 쭈그리인 저는

멜로에 대해선 잘 이야기 못하겠네요

ㅠㅠ


셉과 미아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데

미아는 재즈를 좋아하게 되고

스스로 대본을 적어가며 연기했던

옛날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오디션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스스로 1인극을 만들어보이기로 결정하지요.


그 사이, 셉은 미아의 통화를 오해하고

조금 더 안정적인 무대를 찾으려 합니다.


<Herman's Habit>을 연주했던 연주자들과 함께

<Summer Montage / Madeline>을 연주하고 내려온 셉에게

낯선 사람이 말을 겁니다.

키이즈라는 이름의 셉의 동문인데,

이때 셉은 퓨젼재즈밴드의

키보드 연주자 제의를 받죠.


전통적인 재즈를 지키고 싶어했던 셉은

제의를 거절하지만,

꼭 안정적인 무대와 수입을 바라는 듯한 미아의 말에

결국 밴드에 들어가게 됩니다.


어느 멜로에서나 그렇듯,

여기가 바로 안타까운 오해의 시작이지요.


어쨋든 미아는 지금의 셉도 사랑합니다.

재즈뮤직바를 꿈꿨던 셉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미아는

키이즈 밴드에서 연주하고 있는 셉의 모습을

낯설어합니다.


뮤직바를 열기 위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셉이 잠시동안만 현실 속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한 미아는

월드 투어를 하며 소홀해지기 시작하는 셉이

변했다고 느낍니다.

셉은 되려 미아가 안정적인 무대를 원했다고 생각하며

비로소 수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지금의 음악활동에 애정을 가지기 시작했고요.


미아의 1인극이 절망적으로 끝나고

셉은 그런 미아의 연극을 응원해주지도 못하고

바쁘게 스캐쥴을 챙기게 됩니다.


셉의 전화가 울리고,

미아에게 전해져야할 희망적인 연락이

셉에게 당도합니다.

미아는 좌절 속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지요.


셉은 미아와 나눈 옛 대화를 더듬어가며

미아의 마을로 찾아가 경적을 울립니다.

이 경적은 꽁냥꽁냥하던 둘이 만나는

신호같은 것이었어요.


1인극을 보고 간 어떤 영화 제작자가

오디션을 제의했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셉은 미아를 오디션 장에 데려다주고 응원합니다.


이 날의 미아의 오디션은

그 어떤 이전의 오디션보다 진솔해보였죠.

저는 이것이 1인극을 마치고 난 미아의 변화라고 생각해요.


생각해보면 서로에게 좋은 결과를 이끌어준

셉과 미아인데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뭐 이런 느낌의 질문이 흐르고

"그냥 가는 대로 가봐야지"

뭐 이런 느낌의 대답도 흐릅니다.


아마 다시 함께 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기겠지요.



이런 종류의 영화들이 대게 그렇듯

영화는 둘의 갈라진 미래를 보여줍니다.


영화 초반에 언급되었던 미아의 애인

그렉과의 가정을 꾸린 미아의 미래와

키이즈의 밴드에서 나와

셉스라는 뮤직바를 연 셉.

심지어는 그 로고마저 미아가 그려준 것이네요.


미아는 근처를 지나다

영화 초반부에서 그렇듯

피아노 소리를 따라 셉스로 들어옵니다.

그렉의 옆에서 세바스찬과 예고 없는 재회를 한 것이지요.


아마 이렇게만 끝났다면

그냥 분위기 있는 음악 멜로영화였겠지만,

여기서부터 제가 이 영화를 제일 좋아하게 만들어준 장면이 흘러요.



미아를 발견해버린 셉스가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시작해요.

이 곡은 미아와 셉이 처음 만나는 순간의

<Mia & Sebastain's Theme>의 주제구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셉은 뒤이어 영화 내내 흘러갔던

다른 곡들로 변주해갑니다.


이때 영화도 또 다른 가능성이 되었을

모두가 바랬을 그 세상으로

영화의 지나간 플롯들을 다시 변주하기 시작해요.

셉의 상상이거나

관객들의 바람이거나.


결국 아픈 결말이긴 하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끊임없이 변주해나가는 재즈처럼

영화도 다른 가능성 하나를 선물합니다.


이 장면이 없었더라면

이 영화를 이렇게 좋아하진 못했을 거예요.

가끔 저에게도 다른 가능성이 변주될 수 있을 거란 상상을 하며

<Epilogue>를 듣습니다.



POSTER

이렇게 라라랜드를 모두 이야기했네요.

마지막 이미지는 그 변주 속의 한 장면!


주저리 주저리

스토리를 읊어가는 리뷰를 쓰고 싶었던 건 아닌데

쓰다보니 자꾸 스토리 이야기를 하게되네요


아마 다름 영화에 대한 글은 조금 더 잘 쓸 수 있겠지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