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에서 새로 방영하는 드라마 <설강화>가
떠오르는(?) 논란이 되고 있죠?
저는 한 번에 여러 작품을 보지는 못해서
설강화라는 작품이 나왔다는 소식만 듣고
찾아보지는 못했는데,
역사 왜곡 논란에 뜨겁네요.
이제 연기하는 모습을 거의 처음 선보이는 블랙핑크의 지수는 몰라도
정해인 배우는 훈훈한 외모에,
묘하게 까칠하기도 따뜻하기도 한 뉘앙스를 보여주어서
소소하게 애정이 가는 배우였는데요.
애써서 연기했을 드라마 한편이
첫 주부터 비판 여론이 거세져 너무 아쉬울 것 같아요.
설강화는 공개 하루 만에 디즈니플러스 순위 12위에 올랐다고 해요.
그건 아마 배우들에 대한 기대감과
디즈니플러스가 한국에 출시된 후 처음 공개된 한국 드라마인 점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겠죠.
1987년은 우리나라 민주화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드라마 설강화도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요.
설강화의 원 제목은 '이대기숙사'였는데요,
이미 3월에도 한 번 시놉시스 일부가 유출되면서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남자주인공이 운동권인척 숨어있는 간첩으로 설정되었고,
또 다른 인물은 안기부의 팀장인데, 정의로운 인물로 설정이 되어있었거든요.
안기부는 민주화운동을 하던 무고한 사람들을
'안보'라는 명목으로 고문하는 데에 앞장선 당시의 국가기구이자,
또 그들이 무고한 사람들을 고문하며 씌운 누명이 간첩이었기 때문이예요.
혹시나 그 시절, 국가폭력이 정말로 간첩을 잡기 위해 행해진 정의로운 일로
포장되고 왜곡될까봐 우려한 것이었어요.
당시 JTBC는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결코 아니다
라고 강력하게 부인했고,
연출자인 조현탁 감독도
'창작자는 최선을 다해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만든다'
'방송도 전에 (논란을) 얘기를 하는 게 창작자에게 고통이고 압박일 수 있다'며
제작발표회에서 우려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했어요.
더불어
'설강화는 1987년도이고 군부정권이라는 것만을 제외하면 모두 가상의 이야기'라면서 덧붙였죠.
방영 전부터 뜨거웠던 논란을
강하게 부정했던 제작진과 방송사 측의 입장과는 다르게,
실제로 드라마가 방영된 현재에도
설강화를 폐지해달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해인 배우가 맡은 인물 '수호'는
첫 화부터 간첩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합니다.
이를 모르고 수호가 시위대의 일원인 줄 알고
영로(블랙핑크 지수)가 그를 도와주며 이야기가 피어납니다.
글쎄요.
제작진의 말처럼 모두 픽션일 수 있지요.
그렇다면 이 수많은 사람들은 모두 픽션이라는 것을 모르기에
폐지를 외지는 것일까요?
아니요.
우리는 픽션이라는 말을 너무 쉽게 역사적 책임이 없다는 말로 바꾸어 생각하는 듯 합니다.
'일본군위안부' 이야기, 일제강점기 이야기, 우리의 뿌리에 관한 이야기
세월호참사에 관한 이야기, 911테러에 관한 이야기
우리가 함께 겪은 수 없이 많은 역사가
배경의 일부로만 존재하는 수 많은 픽션이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럼,
'동아시아의 어떤 반도 국가가 사실은 인접한 대륙의 속국이었다'는 이야기는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아니라 픽션이니까 만들어도 되는 걸까요?
위에 예시로 다룬 다른 역사들에 관한 이야기는
차마 적는 것조차 부끄러워 적지 않겠습니다.
우리에게 완전히 존재하지 않았던 역사나
완전한 판타지가 아니라면,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에게 어떤 시대를 바라보는 윤리와
최소한의 예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픽션이었다고 해서.
그 시대 국가폭력의 피해자를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버젓이 살아있는 우리 사회 안에서
이 이야기가 떳떳한 이야기가 맞는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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